갱년기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위축성 질염. 하지만 그 불편함을 ‘나이 탓’이라 넘기기엔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큽니다. 저 역시 처음엔 단순한 건조함으로 시작했지만, 방치로 인해 통증과 감염까지 겪으며 뒤늦게 관리를 시작했습니다. 위축성 질염은 여성호르몬 감소로 인해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경험한 증상과 치료, 그리고 심리적 변화까지 진솔하게 나누었습니다. 같은 증상으로 고민 중이라면, 이 글이 작은 용기와 정보가 되어드릴 수 있길 바랍니다.

1. 갱년기 이후 찾아온 낯선 불편함 - 그 시작은 ‘건조함’이었습니다
갱년기가 시작되면서 느껴지는 변화는 생각보다 다양하고 미묘합니다. 처음에 단순히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정도겠거니 했는데, 그보다 더 당혹스러운 변화가 조용히 찾아왔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아래쪽이 건조하고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죠. 특별히 세게 닦은 것도 아닌데 화장실 다녀오면 따끔거리고,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 속옷이 거슬리고 답답하더라고요.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나이가 들면 이런 사소한 변화들도 생기는구나 ” 하고요. 그런데 그 찝찝한 느낌이 점점 심해졌고, 소변을 볼 때 따끔거리는 자극감까지 느껴졌습니다. 겉보기에는 아무 이상이 없어 보였고, 통증도 극심한 건 아니었지만 분명히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아 병원을 찾아서 진료를 받았더니 위축성 질염이라는 생소한 진단을 받았습니다. 질염이라는 말은 익숙했지만, ‘위축성’이라는 단어가 생소했는데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서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갱년기가 되면 여성호르몬, 특히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감소하게 되고, 그 결과 질 점막이 얇아지며 자연적인 분비물도 줄어든다는 거였죠. 말 그대로 ‘위축된다’는 표현이 맞는 거예요. 저는 이 말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내 몸이 정말 나이 들고 있구나 하고 실감했습니다. 이 질염은 세균이나 곰팡이 감염 때문이 아니라, 여성호르몬 부족으로 인해 질의 환경이 건조하고 예민해져 생기는 거라 일반적인 약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돌아보면, 이런 미묘한 변화는 단순히 신체적인 불편함을 넘어서 정서적으로도 영향을 줬습니다. 불편함 때문에 스스로를 더 위축되게 느끼고, 몸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기 시작했거든요. 그제야 제 몸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에 좀 더 귀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2. 증상이 심해지면 삶의 질이 무너진다 – 방치가 부른 고통
위축성 질염 진단을 받고도 저는 사실 바로 적극적인 관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병원에서 준 크림을 며칠 바르고 나니 괜찮아진 것 같아서 그냥 넘겼죠.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습니다. 며칠 뒤부터 다시 따끔거리는 증상이 재발했고, 이번에는 증상이 더 심해졌어요. 앉아 있기도 불편할 정도로 통증이 느껴졌고,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마다 자극이 심해서 외출을 꺼리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내가 민감한 걸까, 유난 떠는 걸까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지만 나중엔 명백히 삶의 질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는 걸 인지하게 됐어요. 문제는 이 증상이 단순히 불편함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질 점막이 얇아지고 상처가 잘 생기면서 감염에 취약해지다 보니 요로감염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저 역시 두세 번 요도 쪽에서 찌릿한 느낌이 올라와서 병원을 찾았고, 소변 검사 결과 요로감염 소견이 나왔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쯤 되니까 겁이 나더라고요. 단순히 ‘건조하다’고 넘겼던 증상이 나중엔 비뇨기계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제야 본격적으로 관리를 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생활 습관부터 바꾸기로 마음먹고, 우선 면소재 속옷을 입고 꽉 끼는 바지를 피했어요. 평소에 물을 자주 마셔 점막이 마르지 않게 하고, 매일 밤 좌욕을 하면서 혈류 개선에도 신경 썼습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성생활에서 느껴졌어요. 건조함 때문에 통증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관계를 피하게 됐고 그로 인해 남편과도 거리를 두게 되었죠. 처음엔 말로 꺼내는 게 너무 부끄럽고 조심스러웠는데, 솔직히 이야기하고 병원 진료에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서로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관계의 질도 점점 회복되어 갔죠. 위축성 질염은 단순히 신체적인 변화가 아니라, 나와 타인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복합적인 증상이라는 걸 그때 절실히 느꼈습니다.
3. 부끄러워 말고 적극적으로 관리하자 - 내 몸을 위한 선택
우리 사회는 여성의 신체 변화, 특히 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저도 예전에는 이런 이야기를 친구에게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던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젠 생각이 바뀌었어요. 위축성 질염은 절대 부끄러운 질병이 아니고, 갱년기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나이 들어가며 생기는 변화일 뿐, 숨기거나 외면해야 할 일이 아니에요. 오히려 일찍 발견하고 관리하면 더 심각한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저는 위축성 질염을 진단받은 후, 정기적으로 산부인과를 찾고 있어요. 처음엔 질 내 보습제를 사용했고, 증상이 심할 땐 레이저 치료도 고려했습니다. 최근엔 질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유산균과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들어간 건강기능식품도 꾸준히 챙기고 있어요. 골반운동을 병행하면서 혈류 순환을 돕고 질 근육을 강화하고 있는데 관리 후에는 증상이 많이 완화되었고, 다시 활기찬 일상을 되찾았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제 더 이상 내 몸의 변화에 대해 움츠러들지 않는다는 거예요. 저는 제 친구들에게도 이 경험을 솔직하게 공유하고 있어요. ‘너도 혹시 그런 증상 있지 않아?’ 하면서 대화를 시작하면 의외로 다들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지만, 말은 못 하고 참고 있었더라고요. 누군가 먼저 용기 내 이야기하면, 다들 위로받고 공감하더라고요. 갱년기라는 건 결국 내 인생의 또 다른 시기이고, 그만큼 내 몸과 마음을 더욱 잘 돌봐야 하는 시기잖아요. 이제는 이 변화들을 부정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더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 합니다. 내 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필요한 조치를 스스로 해나가는 것, 그게 진짜 건강한 중년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